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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1년, 재생에너지 시대 역주행 선택한 미국의 승부수는?

거꾸로 달린 365일, 청정에너지 향한 노골적 홀대만 선명
풍력·태양광 공격, 파리협정 탈퇴와 COP 불참 등 이어져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재임 기간 중 보여줬던 파격적인 결정 때문에 그의 새로운 임기가 돌발적 이슈로 장식될 것이라는 예측이 농후했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취임 직후 불거진 미국발 관세폭탄이지만 그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이 과거로의 회귀를 택한 에너지 정책이었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미국은 오히려 석유와 석탄으로 회귀하며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 해 내내, 미국은 세계의 기후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고 해야 옳다. 석유와 석탄으로 되돌아간 듯한 에너지 정책은 국내 산업을 넘어 국제적 협력까지 흔들었다. 대표적 사례인 파리협정 탈퇴와 재생에너지 전환 방해는 유럽과 아시아, 신흥국들의 기후 대응을 약화시키며 글로벌 투자 시장에도 충격을 주었다. 


◆ 세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은 역주행의 기록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이 표현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정치인들이 내세운 슬로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뽑아내자’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호를 다시 꺼내 들며 화석 연료 개발 확대를 상징적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알래스카와 북극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은 다시 시추를 위해 열렸고,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매장지로 영향력을 확장하겠다는 의도 하에 일국의 대통령을 체포하는 작전까지 이루어졌다. 이미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개발 확대를 고집하는 미국의 태도는 화석 연료 제국으로의 회귀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석탄 산업의 부활이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토지에서 석탄 채굴 허가를 간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탄광 노동자들이 환호하는 모습은 언론에 크게 보도됐지만, 이는 미국의 기후 대응을 수십 년 후퇴시키는 순간이었다. 세계적으로 60개국 이상이 석탄 발전소 건설을 축소하는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치였으며, 미국 내에서도 이미 수백 개의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거나 폐쇄 예정이었음을 고려해본다면 충격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세계적 흐름이라 할 청정 에너지와의 전면전 역시 서슴지 않았다. 풍력과 태양광을 ‘비싸고 위험하다’는 허위 주장으로 공격했고,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기금 50억 달러 배분을 중단했다. 캘리포니아의 배출권 거래제, 뉴욕과 버몬트의 기후 슈퍼펀드법 등 주 차원의 기후 정책도 겨냥됐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환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전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 후퇴는 과학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수만 명의 연구자가 해고되었고, NOAA(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기후 데이터베이스와 climate.gov 웹사이트가 폐쇄됐다. NCRC(국립대기연구센터)와 마우나로아 관측소 같은 핵심 연구기관이 해체 위기에 놓였으며, USGCRP(미국 지구변화연구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됐다. 이는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기후 과학 자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분서갱유가 떠오르는 장면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 현대판 분서갱유마저 서슴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

과학을 침묵시킨 트럼프 행정부는 사회적 약자 보호 장치마저 무너뜨렸다. 환경 정의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이다. 불리한 지역사회에 연방 투자 40%를 배분하는 정책인 환경 정의 프로그램 ‘Justice40’이 종료되면서 오염과 기후 변화에 불균형적으로 노출된 지역사회에 대한 연방 투자가 중단됐다. 


한술 더떠 EPA(미국 환경보호청)는 저소득층과 소외된 지역사회를 지원하던 10개 환경 정의 사무소를 모두 폐쇄했다. 전문가들은 “오염 산업과 스모그 형성 교통, 오염된 수로와 토양 근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할 기관이 사라졌다”고 경고했다.


자연 보호 조치도 크게 후퇴했다. 멸종위기종법의 핵심 보호 조항이 철회되었고, 태평양 섬 유산 국립 해양기념물 일부에서 상업적 어업이 허용됐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인력의 24%를 잃었으며, 수십 개 국립공원이 청소·안내·보호 인력 부족으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국유림에서는 도로 건설과 산업 벌목이 허용되며, 회색곰·늑대·연어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도 미국은 고립을 자초했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UNFCCC(유엔 기후변화협약) 등 주요 기후 기구에서의 철수는 미국을 더 이상 기후 리더가 아닌 기후 방해자로 만들었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국제사회가 즉각 반응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후퇴는 세계적 기후 대응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국의 정책이 “세계적 기후 대응을 방해한다”며 매주 소송을 제기했고, 아시아와 신흥국들은 ESG 투자 신뢰성 약화로 이중 규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달리는 동안 미국은 석탄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환경과 과학에 대한 전면전”이라고 규정하며 주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자체적으로 배출권 거래제와 기후 기금을 유지하며 연방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내 일부 인사들은 “경제 성장과 에너지 독립을 위한 필수 조치”라며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어, 기후 정책은 미국 정치의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다.


산업계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석유·석탄 업계는 규제 완화와 개발 확대를 환영하며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기업과 전기차 산업은 자금 지원 중단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 시장에서는 ESG 투자 신뢰성이 흔들리며, 미국 기업들이 국제 자본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 파급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립공원 인력 감축으로 방문객 안전과 서비스가 약화되었고, 연구기관 해체로 기상 예보와 재난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 저소득층과 소외된 지역사회는 환경 정의 프로그램 종료로 보호 장치를 잃었으며, 이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는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화석 연료 제국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이는 단지 국내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선택은 국제적 기후 대응을 뒤흔들며, 재생에너지 시대에 미국을 고립된 섬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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